뇌와 기억의 상관관계 사람의 기억은 왜곡된다.

둘은 결코 같은 것이 아니다. 비누를 생각해보자. 비누가 어떤 색깔이든 간에 비누 기품은 늘 하얗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비누를 물에 적셔서 문지르면 어떤 식으로는 색깔이 변하기 때문이 아니다.

 

분자를 보면 전과 전혀 다르지 않다. 그저 거품이 빛을 다른 식으로 반사하기 때문이다. 해변에서 부서지는 파도에서도 같은 효과를 본다. 물은 파란데 거품은 하얗다. 그런 현상들은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이유는 색깔이 고정된 현실이 아니라, 하나의 지각 대상이기 때문이다.

여러분은 아마 붉은 사각형을 15~20초쯤 응시하다가 흰 종이로 시선을 옮기면 흰 종이에 청록색 사각형이 유령처럼 보이는 등의 착시 검사를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이 잔상은 의도적으로 오래 집중하여 보도록 함으로써 눈의 광수용기들을 피로하게 만든 결과이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청록색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실 실제로는 모든 색깔이다 그렇다.

또한 우리의 뇌는 패턴을 찾아내고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아내는 일을 놀라울 만큼 잘 한다. 다음에 나오는 널리 알려진 두 착시 그림이 이 점을 잘 보여준다.

왼쪽 그림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무작위로 찍힌 얼룩밖에 보지 못하지만, 그림에 달마시안이 한 마리 있다고 알려주면, 갑자기 거의 모든 사람에게서 뇌가 빠진 선들을 채워서 개의 전체 모습을 파악한다. 

 

이 착시 그림은 1960년대부터 있었지만, 처음에 누가 만들었는지는 기록되어 있지 않는다. 오른쪽 그림은 기원이 알려져 있다. 1955년에 이 그림을 만든 이탈리아의 심리학자 가에타노 카니자의

이름을 따서 카니자 삼각형이라고 한다. 물론 이 그림에 실제로 삼각형은 없다. 우리 뇌가 삼각형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의 뇌가 이 모든 일들을 하는 이유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식으로 우리를 돕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뇌는 놀라울 만치 신뢰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몇 년 전에 어바에 있는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로프터스는 암시를 통해서 사람들의 머릿속에 완전한 가짜 기억을 심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결코 일어난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 시절에 백화점이나 쇼핑몰에서 미아가 되어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거나, 디즈니랜드에서 벅스 버니가 안아주었던 경험이 있다고 확신하게 만들 수 있었다.

 

(덧붙이면 벅스 버니는 디즈니 캐릭터가 아니며, 디즈니랜드에 있었던 적이 없다.) 그녀가 어린 시절에 열기구를 탄 것처럼 조작한 사진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자, 사람들은 갑자기 그 기억을 떠올리면서 신이 나서 이야기를 했다. 그런 일이 결코 없었다는 것을 알려주어도 마찬가지였다.

당신은 자신이 그런 암시에는 결코 넘어가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럴 수도 있다. 잘 속아 넘어가는 사람들은 약 3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가장 생생하게 기억하는 사건조차도 때로 전혀 잘못 회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도 있다.

 

2001년 9/11 테러로 뉴욕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무너진 직후에, 일리노이 대학교의 심리학자들은 700명에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어디에 있었으며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상세히 적어달라고 했다.

 

1년 뒤에 연구진은 그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그런데 거의 절반이 어떤 중요한 측면에서 모순되는 답변을 했다. 테러 소식을 들었을 때 다른 곳에 있었다거나, 실제로는 라디오로 들었음에도 텔레비전에서 보았다는 식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자신이 떠올린 기억이 바뀌었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했다. (나는 당시 살고 있던 뉴햄프셔에서 두 자녀와 함께 텔레비전으로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는 것을 생생하게 떠올렸다. 그런데 그때 자녀 중 한 명이 영국에 있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