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가치있는 모든정보

뇌와 기억의 자극, 브로드만의 대뇌연구 본문

카테고리 없음

뇌와 기억의 자극, 브로드만의 대뇌연구

알 수 없는 사용자 2021. 12. 23. 00:31

그것이 사람의 마음을 가장 가치 있게 이용하는 방법은 아닐지 몰라도, 기억의 놀라운 능력과 융통성을 보여주는 사례임은 분명하다.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면, 기억력 챔피언들은 대부분 지능이 유달리 높은 이들이 아니다. 그저 몇 가지 비범한 실력을 보이겠다는 동기를 가지고 기억력을 훈련했을 뿐이다.

예전에는 모든 경험이 뇌의 어딘가에 기억으로 영구 저장되어 있지만, 대부분은 우리의 회상 능력이 접근하지 못하는 곳에 잠겨 있다고 생각했다. 

 

이 개념은 주로 캐나다 신경외과의사인 와일더 펜필드가 1930-1950년대에 걸쳐서 한 일련의 실험으로부터 도출되었다. 몬트리올 신경학 연구소에서 수술을 집도하면서, 펜필드는 환자의 뇌를 탐침으로 건드리면 환자가 강렬한 감각을 떠올리곤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렸을 때 맡았던 생생한 냄새, 황홀한 기분, 때로는 잊고 있었던 아주 어린 시절의 일까지 떠올리곤 했다. 이런 실험들로부터 뇌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살면서 겪은 모든 의식적 사건들을 기록하고 저장한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자극이 주로 기억이라는 감각을 제공하는 것에 불과하고, 환자가 경험하는 것은 회상한 사건이 아니라 환각에 더 가깝다고 본다.

물론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기억한다는 말은 분명히 맞다. 자신이 어릴 때 살던 동네의 모습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고 해도, 

 

다시 그 동네에 가서 걸어보면 오랫동안 생각해본 적도 없는 이런저런 아주 세세한 사항들이 떠오를 것은 거의 확실하다. 시간과 자극이 충분하다면, 우리 안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저장되어 있는지에 아마 놀라게 될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기억에 관한 꽤 많은 지식을 그 자신은 기억을 거의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부터 배웠다. 바로 헨리 몰레이슨이다. 

 

미국 코네티컷 주에서 사는 잘생긴 외모에 상냥한 젊은이였던 그는 심각한 간질 발작을 겪고 있었다. 그는 스물일곱이던 1953년에 윌리엄 스코빌이라는 외과의사에게 뇌 수술을 받았다. 

 

와일더 펜필드의 연구에서 영감을 얻은 스코빌은 몰레이슨의 머리에 구멍을 뚫어서 양쪽 뇌 반구에서 해마의 절반과 편도체의 대부분을 잘라냈다. 이 수술은 몰레이슨의 간질 발작을 크게 줄였지만(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대신에 그에게서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는 능력을 앗아갔다. 

 

전향 기억상실(anterograde amnesia)이라는 증상이었다. 몰레이슨은 먼 과거의 일은 떠올릴 수 있었지만,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는 능력은 거의 완전히 잃었다. 방을 떠난 사람이 누구든 간에 곧바로 잊었다. 몇 년간 거의 매일 그를 본 정신과의사조차도 문을 열고 들어올 때마다 새로운 사람이 되었다. 

 

몰레이슨은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이 자신임을 알아보았지만, 자신이 나이를 먹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곤 했다. 때때로 그리고 수수께끼처럼, 그는 몇 가지 기억을 저장할 수 있었다. 

 

그는 존 글렌이 우주 비행사이고 (비록 오스왈드가 누구를 암살했는지는 떠올릴 수 없었지만) 리 하비 오스왈드가 암살자라는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또 이사한 새 집의 주소와 실내 배치를 배웠다. 그러나 그 외에는 자신이 결코 이해하지 못할 영원한 현재에 갇혀 있었다. 헨리 몰레이슨의 시련 덕분에 과학계는 해마가 기억을 저장하는 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몰레이슨으로부터 배운 것은, 기억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라기보다는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것이었다.
* * *

생각하고 보고 듣고 하는 모든 고등한 과정들이 뇌의 표면인 4밀리미터 두께의 대뇌 겉질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야말로 뇌의 가장 놀라운 특징임이 분명하다. 

 

대뇌 겉질의 지도를 처음으로 작성한 사람은 독일의 신경학자 코르비니안 브로드만(1868-1918)이었다. 브로드만은 현대 신경과학자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에 속하지만, 가장 제대로 된 인정을 받지 못한 사람이었다. 1909년 베를린의 한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그는 매우 꼼꼼하게 조사하여 대뇌 겉질의 47개 영역을 파악했다. 

 

이후로 이 부위들은 브로드만 영역이라고 불렸다. 한세기 뒤에 카를 칠레스와 카트린 아문츠는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이렇게 썼다. “신경과학의 역사에서 그림 하나가 이토록 큰 영향을 미친 사례는 드물다.”

지독히도 수줍음이 많아서 브로드만은 중요한 연구를 했음에도 계속 승진에서 밀려났고, 제대로 연구를 할 만한 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여러 해 동안 노심초사했다. 

 

게다가 제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는 바람에 그는 더욱 한직으로 밀려나서 튀빙겐에 있는 한 정신병원에서 일해야 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1917년 마흔여덟의 나이에 행운이 찾아왔다. 

 

그는 뮌헨에 있는 한 연구소의 위상해부학 과장이라는 중요한 자리를 맡게 되었다. 드디어 경제적인 안정을 찾은 그는 혼인을 하고 아이도 한 명 낳았다. 

 

둘 다 빠른 시간에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는 익숙하지 않은 평온한 삶을 1년밖에 누리지 못했다. 혼인한지 11개월 반, 아이를 본 지는 2개월 반밖에 지나지 않은 1918년 여름, 행복이 정점에 달했을 때,

 

그는 갑작스럽게 감염 증세를 보였다. 그리고 5일이 채 지나기 전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나이는 마흔아홉이었다.

브로드만이 지도를 작성한 영역인 대뇌 겉질은 뇌의 회백질이라고 한다. 그 밑으로는 부피가 훨씬 더 큰 백질이 있다. 미엘린(myelin)이라는 옅은 색의 지방질 절연체가 뉴런을 감싸고 있기 때문에 백질이라고 불린다. 

 

미엘린은 신경 신호의 전달 속도를 대폭 높인다. 백질과 회백질은 둘 다 잘못된 이름이다. 회백질은 살아 있을 때에는 회색이 전혀 아니고, 분홍색을 띤다. 피를 빼고 보존제를 넣은 뒤에야만 뚜렷하게 회색을 띤다. 백질도 죽은 뒤의 특징이다. 보존액에 절이는 과정에서 신경섬유를 감싼 미엘린이 윤기 나는 흰색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면, 우리가 뇌의 10퍼센트만 사용한다는 개념은 괴담에 불과하다. 그 개념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 말은 진리인 것도 진리에 근접한 것도 아니다. 

 

우리는 뇌를 아주 분별 있게 사용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이런저런 식으로 뇌의 모든 영역을 쓴다.

뇌는 완전히 형성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십대 청소년의 뇌 회로는 약 80퍼센트만 완성된 상태이다. (십대 청소년을 자녀로 둔 부모에게는 그리 놀랄 내용이 아닐 것이다.) 

 

비록 뇌의 성장이 주로 생후 첫 2년 동안에 이루어지고 10세 무렵이면 95퍼센트까지 완료되지만, 시냅스의 배선은 20대 중반이나 후반이 되어서야 완전히 마무리된다. 

 

이는 청소년기가 사실상 성년까지도 꽤 이어진다는 뜻이다. 그 기간에 청소년은 더 나이든 이들보다 더 충동적이고 덜 심사숙고한 행동을 보일 것이 거의 확실하며, 또 알코올의 효과에 더 민감할 콜럼비아 대학교의 마우라 볼드리니 연구진은 2018년 초에 뇌의 해마가 적어도 약간의 새로운 뉴런을 만드는 것이 분명하다고 발표했지만,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연구진은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뇌의 뉴런이 새로운 것인지 아닌지를 확실하게 구별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확실한 점은 설령 새로운 뉴런이 약간 만들어진다고 할지라도, 뇌졸중이나 알츠하이머병을 막기는커녕 전반적인 노화 과정에서 잃는 뉴런을 보충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말 그대로 또는 사실상 일단 유아기를 지나면, 평생을 가지고 살아갈 뇌세포들을 다 확보한 셈이다.

긍정적으로 보면, 뇌는 아주 심각한 질량 손실을 스스로 보완할 수 있다. 제임스 르 파누가 왜 우리인가(Why Us?)』에서 인용한 사례를 살펴보자. 

 

지능이 정상인 한 중년 남성의 뇌를 촬영한 의사들은 거대한 양성 혹이 그의 머리뼈 속 공간의 거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아기 때부터 죽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이마엽의 전부, 마루엽과 관자엽의 일부가 사라지고 없었다. 그러나 뇌의 남아 있는 3분의 1이 사라진 3분의 2의 의무와 기능을 떠맡았을 뿐만 아니라 무척 잘 해냈기 때문에, 그의 뇌가 그토록 크게 줄어든 상태라는 사실을 의심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이 모든 경이로움을 간직하고 있음에도, 뇌는 신기할 만치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기관이다.

 

심장은 펌프질을 하고, 허파는 부풀었다가 쪼그라들었다 하며, 창자는 조용히 물결치듯이 움직이고 꼬르륵거리지만, 뇌는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은 채 블랑망제처럼 그냥 가만히 있는다. 

Comments